
Beginning
눈은 뇌의 일부분이라고 합니다. 또 양자역학에서는 관찰 혹는 보는 것을 상호작용이라고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통제된 실험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세계는 볼 것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처음 제가 세상을 새롭게 보게된 계기는 저녁 노을이었습니다. 구름이 수증기처럼 흩어지는 테두리는 노랗고 붉게 타오르고 어두운 그림자가 구름의 크기를 만들고 파랑색의 하늘과 붉은색으로의 그라디언트는 어떤 색을 가장 마음에 들어야 할 지 모르도록 시시각각 아름답게 변해갔습니다. 그 날 처음으로 저는 세상과 상호작용한 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름다운 노을을 본 이후로 저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필름 자동카메라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찍었습니다. 아주 두려웠습니다. 부모님께 혼날까봐 말이죠. 제가 어린시절엔 필름도 현상도 인화도 비쌌기 때문에 카메라로는 특별한 날을 기념해 꼭 사람을 담았습니다. 제게는 그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아주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었던 탓에 저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기억의 색을 조작합니다. 제가 보았던 것을 조금은 다르게 왜곡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아름답고 풍부한 느낌으로 제 기억을 장식해주는 기분입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뇌세포를 배양해보니 자연스럽게 뇌세포에서 눈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이자 욕망입니다. 보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도 됩니다. 저는 제가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만듭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느끼고 해석하는 것은 자유라고 합니다.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해석이 있다고도 말합니다. 저의 목표는 언제나 100% 전달이었습니다. 100명의 해석 중에 저와 동일한 해석을 했다면 성공입니다. 지금도 그런 목표로 영상을 제작합니다. 제 눈으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 말입니다.
영상은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며, 그 감각을 공유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 눈으로 본 세계를,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감정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영상을 만드는 이유이자, 제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