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홍콩은 언제나 필름 사진 같은 색감이었다.

내 마음속의 홍콩은 언제나 필름 사진 같은 색감이었다. 홍콩이라는 도시는 나에게 거대한 이야기의 집합 도는 응축된 감정처럼 느껴진다. 도시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가 인과로 설명되지 않는 드라마틱한 결정론처럼 다가온다. 90년대 홍콩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 홍콩은 내게 영화 같은 곳이었다. 이번 홍콩 여행에서는 꼭 필름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이 결정되고 당연한 듯 나는 필름과 오래된 카메라를 챙겼다. 홍콩의 거대하고 높은 빌딩들을 직접 마주하자, 나는 도시에 압도되었다. 나는 한순간의 장면도 놓치기 싫어서 함께 챙겨간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다. 필름으로 이렇게 찍었다가는 아마 필름값이 여행 경비보다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디지털로 시각적 배고픔이 채워지니, 제대로 공들여 셔터를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필름 2롤을 채웠다. 스캔본을 받고 다시 한번 셔터를 누른 순간으로 돌아가 내가 그 순간 보았던 느낌으로 보정했다. 오랜만에 필름 작업을 하면서 잊었던 필름의 즐거움도 느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간직했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렇게 나의 즐거운 홍콩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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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얼굴을 읽는다는 것